"한국 주거역사 9년 걸쳐 3부작에 담았죠" (2024)

"한국 주거역사 9년 걸쳐 3부작에 담았죠" (1)

<한국 주거의 사회사>, <한국 주거의 미시사>에 이은 한국 근ㆍ현대 주거역사 3부작이 최근 <한국 주거의 공간사> 발간으로 완성됐다. <한국 주거의 공간사>는 1876년 개항기부터 2000년도까지 한국 근ㆍ현대 주거공간 역사를 공간사 관점에서 건축 도면과 사진 등 시각자료를 통해 정리한 책이다.

연구 중심에는 전남일(48) 가톨릭대학교 소비자주거학 교수가 있다. <한국 주거의 사회사>와 <한국 주거의 미시사>는 홍형옥ㆍ손세관ㆍ양세화 교수와 함께 연구를 진행했고, <한국 주거의 공간사>는 그 혼자 마무리지었다.

“기획단계를 포함해 연구와 저술에 총 9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다. <… 사회사>에선 주거환경이 어떤 사회적 배경 속에서 형성됐는지를, <… 미시사>에선 주거의 근ㆍ현대화 과정에서 주거와 삶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각각 추적했다. <… 공간사>에선 평면ㆍ배치도 등 공간구조를 통해 주거변화 흐름을 찾아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 역사 3부작이 가지는 의의는 분명해 보였다. 한국사회가 근대화하고 주거생활이 많은 변화를 겪었지만 그 환경을 마련하고 활동의 장이 된 주거공간의 구체적 실체와 변화의 역사를 통합적으로 엮은 책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의 바람은 곧 이런 의의와도 일맥상통한다.

“한국 근ㆍ현대 주거역사를 통사적으로 살핀 사회사ㆍ미시사ㆍ공간사 3부작을 통해 우리 주거의 본질과 정체성에 대한 이해가 따르길 바란다. 그 이해를 바탕으로 앞으로 전개될 바람직한 주거상에 대해 더욱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 한국 근ㆍ현대 주거역사 연구가 추구해 온 목적이기도 하며, 동시에 또다시 주어진 연구과제일 것이다.”

-한국 근ㆍ현대 주거역사를 기획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독일 아헨공과대학교에서 건축학으로 석ㆍ박사를 하며 근ㆍ현대 주거변화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우리 주거변화에 대한 이해 없이 외국 사례를 연구한다는 게 어불성설인 것 같아 한국의 주거부터 연구를 시작했다. 사실 개항부터 100년이 지났지만 우리 주거에 대한 단편적인 연구만 있었지 역사서처럼 잘 정리된 책이 없었던 것도 연구에 자극이 됐다. 소박한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9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주거학이라는게 건축사처럼 형태만 갖고 하는 게 아니라, 사람 사는 모습과 사회현상까지 같이 들여다봐야 하는 작업이라 혼자 하기엔 벅차 다른 학자들과 공동작업으로 출발했다.”

-<한국 주거의 공간사>에 앞서 <… 사회사>와 <… 미시사>가 나온 이유가 궁금하다.

“<… 공간사>를 통해선 우리가 몸소 체험하는 공간이라는 구체적 실체를 관찰했다. 무엇보다 그 변화과정에 초점을 맞춰 서술하고자 했다. 외형적 변화 이면에 한국사회가 근대화되는 변혁기에 한국 주거가 필연적으로 변화할 수밖에 없었던 인문ㆍ사회적 요인과 자발적ㆍ내적 성숙으로 인한 발전에 대한 변화 요구에 대한 연구가 필요했다. 이를 위해 쓴 것이 <… 사회사>와 <… 미시사>다. <… 사회사>를 통해선 주거를 사회적 배경 속에서 파악함으로써 어떤 요인들의 상호작용 속에 그것이 형성되고 변화했는지, 그렇게 형성된 주거환경의 사회적 존재의미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자 했다. <… 미시사>를 통해선 주거가 인간의 삶과 생활, 주변의 일상적 사건들과 어떤 상호관계를 지녔는지를 연구했다. 이런 상세한 추적이 선행돼야만 우리 주거가 비로소 우리 자신의 것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 사회사>와 <… 미시사>가 인문사회학적 시각을, <… 공간사>는 건축학적 측면을 각각 좀 더 강조했다고 이해하면 쉽겠다.”

-일상생활과 주거를 접목해 학술적으로 이끌어 낸다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연구는 어떤 방법으로 이뤄졌나.

“무엇보다 옛집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아 실제 눈으로 하나하나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지 못했다는 점이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대신 공간사 연구에서 그동안 모은 많은 자료와 논문 등을 통해 실측해 놓은 것과 원자료(Raw Data)를 발견하고자 많이 노력했다. 이미 만들어져 있는 자료라 할지라도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 자료를 모아 정리하고, 구체적 틀을 갖고 변화 양상과 변화 정도를 세밀하게 추적하는 작업이 쉽지만은 않았다. 또 <… 미시사>의 경우엔 구술사 연구를 도입했다. 노인들을 여럿 모셔서 개별 인터뷰를 하는 방식이었다. 그들 개인의 역사가 곧 한국 주거와 생활의 역사를 대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옛날 신문과 잡지도 정말 많이 봤다. 만화나 여성지 광고 등이라 해도 미시사적 관점에서는 학술적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냉장고 광고를 보면 그 시기에 그 제품이 가정생활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왔고, 주거에는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연구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가 된다.”

-한국 주거가 다른 나라 주거와 비교했을 때 눈에 띄는 특징이 있나.

“이렇게 빠른 기간에 이처럼 주거의 급격한 변화가 일어난 곳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경우라 할 수 있다. 서양문화 도입, 일제 강점, 전쟁, 전쟁 후 복구와 개발, 경제발전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급격한 사회변화와 함께 변모해 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 유형이 단기간에 확산되고 주거문화를 지배하는 것도 한국 주거에서만 볼 수 있는 유례없는 현상이다.”

-구체적인 한국 주거 특징과 지난 100년간 주거공간 변화 양상을 설명해 달라.

“우리나라 주거역사의 가장 큰 특징은 주거가 개발논리 위주의 정치ㆍ경제적 배경에 좌지우지됐다는 점, 그것이 사람들의 사는 모습에도 개입해 사람들이 주거를 통해 욕망을 실현하려는 경향이 극명하게 드러난다는 점이다. 나라의 개발논리와 맞아떨어져 한국 주거엔 개인의 욕망이 많이 반영됐다. 과거에 어렵게 살았던 것에 대한 반작용과 보상받고 싶다는 심리가 주거를 통해 나타난 것 같다.

주거공간 변화 양상도 굉장히 세분해 설명할 수 있지만 간단히 요약하자면, △과거엔 마을이 유기적으로 형성됐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바둑판처럼 계획적인 딱딱한 주거로 변해왔다는 점 △과거 공동체생활 위주로 구성됐다면 시간이 지나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사생활을 중시하는 주거방향으로 발전해 왔다는 점 등을 꼽을 수 있겠다.”

-한국주거의 이상적 전개방향을 조심스레 전망한다면.

“지금까지 물질적 욕심에 의해 생긴 주거문화가 좀더 정서적인 것을 중요시하는 방향으로 전환돼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요즘은 주로 아파트나 공동주택 위주로 연구를 하고, 오로지 아파트가 주거문화를 이끌고 있는 것처럼 인식되고 있지만 사실 그 밖의 주거도 연구할 가치가 상당히 높다. 정치ㆍ경제적 개발논리에 의해 한쪽으로 치우친 경향이 있는데 영원한 건 없지 않나? 곧 멸실될 주택이 상당히 많은데 답은 분명하다. 아파트로만 지어서는 안 된다. 지역적 상황에 따라서도 지어야 하는 주택형태가 다 달라야 한다고 본다. 또 고밀도로 짓기 위해선 무조건 고층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도 않다. 저층이지만 밀도를 높게, 삭막하지 않은 주택을 세우는 건 분명 가능하다. 개인의 취향과 정서를 고려한 살아있는 주거, 사회가 성숙한다면 자연히 주거문화도 그런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다. 나 역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실제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구체적 설계대안을 제시하고 싶다. 선진국 주거문화를 동경하는 것을 넘어 서양의 좋은 사례를 한국과 접목해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는 실천적 학문을 하고자 한다.”

부천=글ㆍ홍연정기자 hong@ 사진ㆍ안윤수기자 ays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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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Van Ha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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